마동석 주먹 한 방이면 다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극장에서 직접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는 걸 느꼈습니다. 일주일 치 피로를 안고 가족들과 함께 찾은 극장에서, 3편은 단순한 주먹질 그 이상의 구도를 가지고 있었거든요.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아직 보지 않으신 분은 먼저 영화를 보고 오시길 권합니다.
투톱 빌런 구도가 만든 새로운 긴장감
시리즈 팬이라면 한 번쯤 물었을 질문이 있습니다. 빌런이 둘이면 두 배로 재미있을까요? 저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고 봅니다. 3편에서 주성철(이준혁)과 리키(아오키 무네타카)는 한 패가 아닙니다. 마약을 팔려는 자와 그 마약을 되찾으러 온 자가 삼각 구도를 형성하고, 마석도는 그 둘 모두를 쫓는 구조입니다. 제가 처음에 예고편도 없이 극장에 들어간 덕분에 이 구도가 완전히 뜻밖으로 다가왔고, 그래서 더 몰입했습니다.
프랜차이즈(franchise) 영화란 동일한 세계관과 핵심 캐릭터를 유지하면서 시리즈를 이어가는 방식을 말합니다. 범죄도시는 마석도라는 캐릭터를 고정축으로 삼고, 빌런과 사건을 매번 교체하는 전형적인 프랜차이즈 구조를 택하고 있습니다. 이 구조의 장점은 관객이 이미 주인공을 신뢰하기 때문에 빌런의 매력에 집중할 여유가 생긴다는 점입니다.
이준혁 배우는 마동석 배우의 조언으로 20kg가량 체중을 늘렸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극장에서 마주하는 그의 체구는 위압감이 상당했습니다. 그런데 저를 더 불편하게 만든 건 살기 어린 눈빛이었습니다. 첫 등장 장면부터 마지막까지 그 눈빛 하나가 영화 전체의 긴장감을 잡아당기고 있었거든요. 싸움이 강한 빌런이 아니라, 머리가 돌아가는 빌런이라는 점이 기존 시리즈와 달랐습니다.
반면 리키는 야쿠자 조직의 실행자로서 잔혹함을 담당하는데, 빌런의 비중이 둘로 분산되면서 생기는 단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 즉 인물이 사건을 거치며 변화하거나 부각되는 서사 흐름이 각자 얕아진다는 것입니다. 1편의 장첸이나 2편의 강해상이 주었던 날 것의 공포감을 기대하는 분들이라면, 그 밀도는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도 솔직히 그 점은 좀 아쉬웠습니다.
카타르시스의 설계, 어디서 오는가
카타르시스(catharsis)란 억압되어 있던 감정이 예술 경험을 통해 정화되고 해소되는 현상을 뜻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비극론에서 처음 제시한 개념인데, 범죄도시 시리즈가 대중에게 이토록 오래 사랑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고 저는 봅니다. 현실에서는 억울한 일이 있어도 쉽게 해결되지 않지만, 마석도는 스크린 안에서 완벽하게 마무리해 줍니다.
제가 극장에서 팝콘을 나눠 먹으며 가족과 함께 악당들이 제압되는 장면을 볼 때, 그 해방감은 정말 예상 밖이었습니다. 옆자리 관객들도, 가족도, 극장 전체가 같이 터지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그 집단적 감정 해소가 이 시리즈의 핵심 경쟁력이라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사운드 디자인(sound design), 즉 타격음이나 배경음을 포함한 청각적 연출이 이번 편에서 한 단계 강화되었다는 의견도 있는데, 저도 동의합니다. 마석도의 주먹이 맞닿을 때마다 울리는 둔탁한 소리는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자극하면서 타격의 무게감을 배가시킵니다. 특히 경찰서 안에서 벌어지는 주성철과의 마지막 대결에서 이 효과가 두드러졌습니다.
코믹 연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클럽 줄을 서다가 여성들의 시선을 오해하는 장면, 마석도가 "내가 5잖아"라고 말하는 장면, 모텔 씬까지, 웃음 타이밍이 긴장과 긴장 사이를 정확하게 파고듭니다. 이 완급 조절이 두 시간 내내 관객을 지치지 않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고규필 배우의 '초롱이' 캐릭터는 나쁜 사람인데 왜인지 안쓰럽고, 전석호 배우는 극장 분위기를 혼자 끌어올리는 수준이었습니다. 이 두 사람의 등장 씬에서 극장이 가장 크게 웃었던 것 같습니다.
3편에서 마석도가 얼마나 많이 얻어맞는지 아는 분들이 얼마나 될까요. 뺨도 맞고, 야구방망이도 맞고, 심지어 차에도 치입니다. 그럼에도 결국 일어서는 장면은, 단순한 슈퍼히어로 판타지와는 다른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일부러 잡혀 들어간 것 아닌가 싶었던 아지트 씬에서 혼자 전부 정리해 버리는 순간이 2편 버스 씬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장면이었습니다.
이 시리즈의 흥행 궤적을 보면 대중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드러납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KOFIC)의 통계에 따르면 범죄도시 시리즈는 1편 687만, 2편 1,269만 명을 기록했으며(출처: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KOBIS), 3편은 사전 시사회만으로 48만 관객을 동원하며 시작했습니다. 이 수치는 단순한 흥행이 아니라 시리즈가 관객의 신뢰를 누적해 왔다는 증거입니다.
프랜차이즈 영화의 전망과 아쉬움
3편을 보고 나서 4편 소식을 이미 알고 있었는데, 극장을 나오면서 가족과 나눈 첫 마디가 "4편 빌런은 누구야?"였습니다. 이게 이 시리즈의 힘입니다. 끝나자마자 다음이 궁금해집니다. 프랜차이즈 생명력의 핵심은 이 기대감을 매번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는데, 범죄도시는 지금까지 그 기준을 넘겨왔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완벽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광역수사대 팀원들의 캐릭터성이 전작에 비해 눈에 띄게 옅어진 점은 여러 관객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부분입니다. 앙상블(ensemble), 즉 주연 외 조연들이 각자의 역할을 살려 전체를 풍성하게 만드는 구성이 이번 편에서는 약했습니다. 마석도 혼자 모든 것을 끌고 가는 느낌이 강해서, 팀으로 사건을 해결한다는 쾌감이 줄어들었습니다.
3편을 보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 영화가 서사의 깊이를 추구하는 작품이냐는 질문을 던지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애초에 그게 이 시리즈의 목표가 아니라고 봅니다. 팝콘 무비(popcorn movie)란 극장에서 가볍게 즐기는 오락 영화를 말하는데, 범죄도시는 그 장르에서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깊이가 없다는 비판과 재미있다는 사실은 서로 모순이 아닙니다.
3편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시리즈 내 일관성, 즉 내러티브 연속성(narrative continuity)을 유지하면서도 매번 새로운 변주를 준다는 점입니다. 쿠키 영상에 장이수가 등장하는 장면은 전 시리즈를 관통하는 연결고리이고, 이런 팬서비스가 충성 관객층을 유지하는 데 기여합니다. 시리즈를 처음 보는 사람도, 1편부터 본 사람도 각자의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구조입니다.
3편의 빌런 비교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1편 장첸: 본능적 폭력성과 날 것의 공포감. 시리즈 기준점을 세운 빌런.
- 2편 강해상(손석구): 지능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갖춘 캐릭터. 많은 관객이 역대 최강으로 꼽는 빌런.
- 3편 주성철(이준혁): 싸움보다 두뇌로 압박하는 영리한 빌런. 눈빛 연기가 인상적.
- 3편 리키(아오키 무네타카): 야쿠자 실행자로서의 잔혹함 담당. 비중 분산으로 인해 임팩트가 아쉬운 편.
4편은 김무열과 이동휘가 온라인 불법 코인과 토토를 배경으로 한 동업자 빌런으로 등장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김무열 배우는 이미 마동석 배우와 호흡을 맞춘 이력이 있고, 악역 경험도 충분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예상 가능한 빌런'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그 예상을 깨는 것이 4편의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요즘 영화 산업이 침체기라는 이야기가 자주 들립니다. 그런데 저는 관객이 영화관을 떠난 게 아니라, 볼 만한 영화가 없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영화 티켓값이 많이 올라서 확실히 흥행보증되는 것들만 가는거 같아요
가격을 좀 내려서 다시 사람들이 부담없이 영화를 많이 즐겼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