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2015년 겨울, 조지 루카스의 손을 떠난 스타워즈가 과연 제 색깔을 유지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며 극장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 저는 꽤 오랫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기대했던 것과 다른 부분도 있었고, 예상 밖으로 마음이 흔들린 장면도 있었습니다. 이 글은 그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솔직한 기록입니다.
세대교체, 팬들은 납득했는가
스타워즈 팬 사이에서 이 영화를 두고 가장 뜨겁게 갈린 지점은 바로 새 주인공들의 등장 방식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도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습니다. 레이의 서사가 왜 이렇게 길게 이어지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 모든 흐름이 포스(Force)의 각성을 향해 수렴하고 있었습니다. 포스란 스타워즈 세계관에서 우주 만물에 흐르는 에너지이자, 제다이 기사들이 사용하는 신비로운 힘을 뜻합니다. 이 힘의 새로운 계승자가 레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 영화 전반부의 긴 호흡이 납득되기 시작했습니다.
핀의 등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스톰트루퍼(Stormtrooper)란 퍼스트 오더의 전투 병사들을 일컫는데, 이 세계관에서 그들은 사실상 전쟁 기계에 가까운 존재로 그려져 왔습니다. 그런 스톰트루퍼가 학살을 거부하고 탈영한다는 설정은 신선하고 인간적이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었는데요, 민간인이 죽는 것을 보고 충격받아 탈영한 핀이 나중에 총을 매우 능숙하게 쏘는 장면에서 저는 잠시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올랐습니다. 끝까지 직접 살상은 피하는 캐릭터로 유지했더라면 더 일관성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 솔로, 레아, 츄바카 등 클래식 캐릭터들의 귀환은 세대교체의 충격을 부드럽게 완충해 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노스탤지어(Nostalgia)란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감정적 연결을 통해 현재의 수용성을 높이는 심리적 효과를 뜻하는데, 에이브람스는 이 장치를 매우 영리하게 활용했습니다. 오랜 팬이라면 밀레니엄 팔콘이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 아마 무너지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저 역시 그 장면에서 비평가의 눈을 잠깐 내려놓게 됐습니다.
캐릭터 분석, 카일로 렌은 새로운 다스 베이더가 될 수 있는가
이 영화에서 가장 의견이 갈리는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카일로 렌입니다. 다스 베이더의 계보를 잇는 빌런으로 소개됐지만, 관람 후 반응은 둘로 나뉩니다. "매력이 없다"는 쪽과 "그게 오히려 새로운 접근이다"라는 쪽입니다.
저는 후자에 좀 더 가깝습니다. 카일로 렌은 완성된 악이 아니라, 아직 흔들리고 있는 존재입니다. 다크 사이드(Dark Side)란 포스의 어두운 면으로 분노와 공포를 동력 삼아 강해지는 힘을 뜻하는데, 카일로 렌은 그 다크 사이드에 완전히 귀의하지 못하고 내면의 갈등을 안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 불완전함이 오히려 심리적으로 흥미로운 빌런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봤습니다. 산속에서 레이와 대면하는 장면, 라이트세이버(Lightsaber)의 사운드가 울리는 그 긴장감은 제 마음을 흔들기 충분했습니다. 라이트세이버란 제다이와 시스가 사용하는 광선 검으로, 스타워즈 시리즈의 가장 상징적인 무기입니다.
단, 한 가지 공분을 살 만한 설정은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레이가 검을 처음 잡아보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카일로 렌을 검술과 포스 모두에서 압도하는 장면입니다. 카일로 렌이 그 시점에 총상을 입은 상태였다는 변명도 있지만, 그것만으로 설득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저는 이 장면이 레이를 '선택받은 자'로 빠르게 포지셔닝하려는 의도였다고 이해하면서도, 조금 더 점층적인 각성 과정을 보여줬더라면 더 강한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평론 전문 매체인 Rotten Tomatoes에서 이 작품의 신선도 지수는 93%를 기록했습니다. 평단의 시선은 전반적으로 우호적이었지만, 관객 점수는 그보다 낮았습니다. 이 간극 자체가 이 영화가 갖는 양면성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서 눈여겨볼 캐릭터 구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레이: 포스의 각성자. 출신 배경이 불분명한 채 강력한 잠재력을 드러내며 새 3부작의 중심으로 등장합니다.
- 핀: 도덕적 각성을 경험한 전직 스톰트루퍼. 인간적인 면모가 강하지만 캐릭터의 일관성 문제가 아쉽습니다.
- 카일로 렌: 완성형 악이 아닌 내면 갈등형 빌런. 다스 베이더와 다른 방식으로 위협적입니다.
- 포 다메론: 저항군의 에이스 파일럿. 이 작품에서는 역할이 제한적이지만 향후 시리즈에서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시리즈 전망, 이 영화는 시작점이었는가 완성작이었는가
이 작품을 독립된 한 편의 영화로 볼 것인지, 새 3부작의 서막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평가가 크게 달라집니다.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이 8.21점이라는 수치를 보고 저는 솔직히 조금 의외였습니다. 8.5점 정도는 받을 거라 예상했거든요. 후기를 살펴보면 "기대가 너무 컸다"는 반응이 꽤 많았고, 스토리의 개연성과 빌런의 강도에 실망했다는 목소리도 보입니다.
그 아쉬움을 저도 어느 정도 공감합니다. 스타킬러 베이스(Starkiller Base)는 데스 스타(Death Star)의 현대판 계승이라는 점에서 창의성보다 향수에 기댄 선택이라는 비판이 가능합니다. 데스 스타란 오리지널 3부작에 등장한 행성 파괴 병기로, 이 영화의 스타킬러 베이스는 그 규모를 확장한 변형판에 가깝습니다. 오리지널에 대한 오마주(Homage)로 볼 수도 있지만, 반복이라고 느끼는 분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오마주란 선배 작품에 대한 존경과 경의를 담아 의도적으로 유사한 요소를 재현하는 창작 방식입니다.
그러나 CG를 줄이고 실제 세트와 퍼핏(Puppet)을 다시 활용한 방향성은 분명히 옳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퍼핏이란 조종하거나 직접 착용하는 방식으로 움직이는 물리적 캐릭터 모형을 뜻하는데, 디지털로만 채워진 프리퀄 시리즈에 피로감을 느꼈던 팬들에게 이 질감은 확실히 반가운 귀환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도 자쿠 행성의 폐허와 파괴된 스타 디스트로이어 잔해가 화면에 담겼을 때, 그 투박한 현실감이 오히려 몰입을 높인다는 걸 느꼈습니다.
결국 이 영화는 완결된 이야기라기보다 문을 여는 열쇠에 가깝습니다. 중간에 뚝 끊기는 느낌이 든다는 저의 인상은 그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R2-D2가 루크의 위치를 담은 지도를 활성화하고, 레이가 라이트세이버를 건네는 마지막 장면은 새 여정의 시작을 선언하지만 동시에 많은 것을 다음 편으로 미룹니다.
스타워즈를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이 작품은 꽤 괜찮은 입문작이 될 수 있습니다. 기존 팬이라면 완성도에 대한 기대치를 조금 낮추고, 새 세대로의 바통 터치를 지켜보는 시선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즐거운 관람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8점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흠은 있지만, 그날 극장에서 느꼈던 감정의 온도는 여전히 뚜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은하계가 돌아왔다, 그리고 나의 어린 시절도 함께
스타워즈라는 이름 앞에서 담담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나에게 스타워즈는 단순한 SF 영화가 아니라 아버지와 함께 처음으로 본 우주의 기억이었다. 그 설렘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깨어난 포스 개봉일, 나는 마치 중요한 약속에 나가듯 극장으로 향했다.
영화가 시작되고 익숙한 오프닝 크롤이 화면을 가득 채우는 순간, 나는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10년을 넘게 기다렸던 속편이 드디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았다. 존 윌리엄스의 웅장한 테마곡이 울려 퍼지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내가 동시에 그 음악을 듣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나를 사로잡은 건 레이라는 새로운 캐릭터였다. 척박한 사막 행성에서 홀로 살아가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그녀의 눈빛이 스크린 너머로 강하게 전해졌다. 그리고 한 솔로와 츄바카가 등장하는 순간, 극장 안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나도 모르게 손이 입으로 갔다. 그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았다. 일부 장면은 오리지널 시리즈의 구조를 너무 의식한 듯한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깨어난 포스는 내게 충분했다. 잊고 있던 우주를 향한 동경을 다시 불러일으켜 준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제 역할을 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