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편이 원작보다 더 나을 수 있을까요? 솔직히 저는 마녀2를 보기 전까지 그 질문에 회의적이었습니다. 박훈정 감독이 김다미 없이 신인 신시아를 내세워 마녀 유니버스를 이어간다고 했을 때,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거실 조명을 끄고 사운드 시스템을 켜는 순간, 그 걱정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신시아라는 발견, 그리고 캐스팅이 만든 긴장감
마녀2에서 가장 많은 논쟁이 오가는 지점은 바로 주인공 캐스팅입니다. 신인 배우 신시아를 전면에 세운 결정을 두고, "검증되지 않은 선택"이라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오히려 이 선택이 영화의 핵심 긴장감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처음 마주한 피실험체(被實驗體), 즉 연구소에서 태어나 외부 세계를 전혀 경험하지 못한 인물을 표현하는 데 있어, 연기 경험이 적은 배우의 어색함 자체가 오히려 설득력이 됐습니다.
신시아는 대사보다 눈빛과 몸의 반응으로 연기합니다. 경희(박은빈 분)와 대길(성유빈 분) 남매의 집에서 처음 밥을 먹는 장면에서 숟가락을 낯설게 쥐는 방식, 사람의 체온을 처음 느끼듯 멈추는 움직임. 이걸 보면서 "이 배우, 감독이 원하는 걸 정확히 알고 있구나"라고 느꼈습니다. 반면 군인 출신 본사 요원 조현 역의 서은수는 거칠고 폭발적인 에너지로 정반대의 축을 담당합니다. 두 캐릭터가 맞부딪히는 구도는 미장센(mise-en-scène), 다시 말해 화면 안에 배치된 모든 시각적 요소들이 의미를 생성하는 연출 방식의 관점에서 꽤 치밀하게 설계된 대비입니다.
음악감독 모그(MOWG)가 설계한 스코어도 이 대비를 강화합니다. 소녀의 장면에서는 현악의 잔향이 길게 늘어지고, 조현이 등장하는 순간에는 타격감 있는 전자음이 치고 들어옵니다. 제가 영화를 다시 보면서 소리를 끄고 재생해봤을 때, 음악 없이도 두 인물의 대비가 충분히 전달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만큼 촬영과 연기가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세계관 확장의 쾌감과, 그 이면의 불친절함
마녀2가 전작과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세계관의 스케일입니다. 1편이 국내 비밀 연구소 '아크'라는 밀폐된 공간 안에서 서사를 완결짓는 구조였다면, 2편은 상해 지부와 본사 요원, 토우 일행까지 등장시키며 초능력자 프로젝트가 다국적 규모로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내러티브 유니버스(narrative universe), 즉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여러 이야기를 병렬로 전개하는 프랜차이즈 구조를 본격적으로 채택한 것입니다.
이 확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분들도 있고, "자기들끼리만 아는 이야기"라고 느끼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두 감상이 모두 맞다고 생각합니다. 세계관이 넓어졌다는 것 자체는 분명히 흥미로운 도전입니다. 그런데 이종석이 연기한 '장'의 정체나 토우 일행이 한국까지 건너온 구체적 목적 등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아, 관객 입장에서는 맥락 없이 사건들을 목격하는 느낌이 강합니다. 내러티브 경제성(narrative economy), 즉 최소한의 정보로 최대한의 이해를 이끌어내는 서사의 효율성이 이 영화에서는 다소 흔들렸다는 게 솔직한 평가입니다.
이런 구조적 특성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처럼 사전 기획된 멀티 시리즈 프랜차이즈에서 자주 등장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마블의 경우도 페이즈(Phase) 초반부에는 미결 복선이 관객의 피로를 유발한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에서도 국내 프랜차이즈 영화의 세계관 구축 전략을 분석한 바 있습니다). 마녀2가 받는 비판도 본질적으로 같은 선상에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 이 복선들이 어떻게 수습되느냐에 따라, 2편의 평가는 지금과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세계관 확장 과정에서 눈여겨볼 만한 설정 변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전작의 '아크'가 국내 단독 기관이 아닌 해외 본사 산하의 지부였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 초능력자 프로젝트가 한 국가의 군사 기밀이 아니라 다국적 자본과 연계된 프로그램으로 암시됩니다.
- 구자윤(김다미 분)과 소녀(신시아 분)가 '같은 계열의 실험체'이지만 서로 다른 출력값을 가진 존재로 설정됩니다.
- 쿠키 영상을 통해 죽은 줄 알았던 조현과 톰의 생존이 확인되며, 3편의 구도가 열립니다.
액션의 서사 한계, 그럼에도 남는 것
마녀2의 액션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립니다. "전편보다 화려해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화려함이 오히려 장르적 쾌감을 희석시켰다고 느꼈습니다. 이 영화의 액션에서 가장 큰 문제는 소녀의 능력이 너무 압도적이라는 데 있습니다. 카타르시스(catharsis)란 원래 감정이 극도로 고조되다가 해소되는 순간에 발생하는 쾌감인데, 그 고조 과정 없이 곧바로 해소만 반복되면 관객은 피로감을 느끼게 됩니다.
손짓 하나로 전장이 정리되는 장면이 반복되면, 처음 한두 번은 압도적이지만 세 번째부터는 긴장감이 사라집니다. 상대가 아무리 강해도 결과가 예측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소녀라는 캐릭터의 설정 자체가 갖는 딜레마로, 감독도 이 문제를 인식했는지 후반부에 조현과의 대결 구도로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를 합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이 영화에서 가장 긴장감이 살아있는 시퀀스였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마녀2를 다시 보게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피날레에서 구자윤이 등장하는 순간, 영화관 전체가 일순간 멈추는 듯한 그 공기감은 편집과 사운드, 촬영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결과입니다. 몽타주(montage), 즉 두 개의 이미지를 병치시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기법을 이 장면에서 박훈정 감독은 정확하게 구사합니다. 처음 세상에 나온 소녀와, 이미 그 세상을 관통하고 돌아온 자윤이 마주하는 순간은 말 없이도 "이 두 존재는 다르다"는 것을 전달합니다. 한국 영화의 장르적 성취에 대한 분석은 한국영상자료원의 아카이브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녀2는 완성된 영화라기보다 거대한 서사의 두 번째 챕터에 가깝습니다. 서사의 불친절함과 과도한 무력 묘사는 분명한 한계이지만, 신시아라는 새로운 얼굴과 확장된 세계관의 설계는 다음 편에 대한 기대를 충분히 만들어냅니다. 마녀3가 이 거대한 떡밥들을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이 시리즈 전체의 완성도가 결정될 것입니다. 1편을 재미있게 봤다면 2편을 건너뛸 이유는 없고, 2편을 보고 실망했다면 3편에서 그 판단을 뒤집을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