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지친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복잡한 반전보다 그냥 나쁜 놈 확실하게 때려잡는 영화 한 편이 그리워질 때가 있지 않으신가요? 저도 그런 날 범죄도시4를 찾게 됐습니다. 마동석과 김무열이 맞붙는 이번 시리즈, 과연 기대만큼이었는지 솔직하게 풀어봤습니다.
허명행 감독, 무술감독에서 메인 연출로 — 이 변화가 왜 중요한가
범죄도시4를 보기 전에 저도 한 가지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과연 허명행 감독이 단독 연출로 나섰을 때 시리즈의 결이 달라질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허명행 감독은 범죄도시1에서 무술감독(Action Director)으로 참여했습니다. 무술감독이란 영화 속 격투, 추격, 타격 시퀀스 전반을 설계하고 배우를 훈련시키는 역할로, 액션 영화에서 연출만큼이나 결정적인 포지션입니다. 이후 용감한 시민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황야를 거치며 연출 감각을 갈고닦은 분이기도 하죠.
황야를 본 분이라면 "아, 그 감독?"이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는데, 솔직히 저도 그 지점에서 조금 망설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허명행 감독은 액션 시퀀스의 설계를 넘어서 공간 활용 능력이 눈에 띄게 성장해 있었습니다. 좁은 밀폐 공간에서 두 인물이 충돌하는 장면을 설계하는 방식, 카메라를 어디에 두느냐의 감각이 전작들과 비교해도 한 단계 올라선 느낌이었거든요.
러닝타임(Running Time)은 1시간 49분으로, 장편 액션 영화치고는 군더더기 없이 압축된 편입니다. 러닝타임이란 영화가 실제로 상영되는 총 시간을 가리키는 말인데, 범죄도시 시리즈 특유의 "늘어지지 않는 속도감"이 이 숫자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제작비는 약 100억 원 수준으로, 1편의 50억, 2·3편의 각 130억과 비교하면 다소 줄어든 규모입니다. 그럼에도 화면 밀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 돈으로 이 완성도?"라는 생각이 들 만큼 효율적인 제작이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마석도 VS 백창기, 이번 빌런은 진짜 다릅니다
범죄도시 시리즈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텐데, 이 시리즈의 재미는 마석도 못지않게 빌런의 완성도에 달려 있지 않나요? 2편의 손석구, 3편의 이준혁이 남긴 인상이 워낙 강렬했기에 이번 빌런에 대한 기대치도 높았습니다.
이번 최종 빌런인 백창기 역은 김무열이 맡았습니다. 솔직히 처음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조금 의아했습니다. 김무열 하면 보이스 같은 작품에서 보여준 지적인 사기꾼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었거든요. 몸을 쓰는 날것의 빌런 역할이 어울릴까 싶었는데, 실제로 보니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무에타이(Muay Thai) 훈련을 포함해 실전형 격투 무술을 소화했고, 단검 액션을 구사하는 장면에서는 감정을 철저히 지운 냉혹한 움직임이 소름을 돋게 했습니다.
무에타이란 태국에서 발전한 입식 격투 스포츠로, 주먹·팔꿈치·무릎·발차기를 모두 사용하는 전신 타격 무술입니다. 단순한 주먹 싸움이 아니라 관절과 무기를 이용한 정밀 타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마동석의 중량감 있는 마하 복싱(Maha Boxing)과 대비되는 날카로운 대칭 구도를 완성하는 데 딱 맞는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마하 복싱이란 마동석의 퍼포먼스에서 유래한 대중적 별칭으로, 강한 타격력과 중량감을 앞세운 실전형 복싱 스타일을 뜻합니다.
장동철 역의 이동휘는 IT 기반 불법 온라인 도박 조직의 브레인을 연기합니다. 사이버 범죄 조직에서 브레인(Brain)이란 기술과 자금 흐름을 설계하는 핵심 두뇌 역할을 뜻하는데, 디지털 범죄와 오프라인 폭력 조직이 결합하는 이번 에피소드의 서사적 중심을 이 캐릭터가 쥐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출연진 라인업과 시리즈 속 장이수의 위치
이번 편에서 반가운 얼굴은 단연 장이수(박지환)입니다. 시리즈 팬이라면 이 이름 하나에 웃음이 나올 텐데,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재등장했는지 보는 재미가 꽤 쏠쏠했습니다. 제가 직접 보고 나서 느낀 건, 박지환의 출연이 단순한 팬서비스가 아니라 실제로 극의 흐름을 유쾌하게 환기시키는 기능적 역할을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범죄도시4의 주요 등장인물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마석도(마동석) — 서울 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부팀장. 시리즈의 중심 캐릭터.
- 백창기(김무열) — 전 특수부대 출신, 불법 온라인 도박 조직의 행동대장. 최종 빌런.
- 장동철(이동휘) — IT 전문가이자 불법 도박 조직의 브레인.
- 장이수(박지환) — 오락실 사장으로 재등장, 마석도에게 협력을 제안받는 인물.
- 장태수(이범수) — 광역수사대 팀장.
- 한지수(이주빈) — 사이버수사대 형사. 디지털 범죄 수사 축을 담당.
- 양종수(이지훈), 김만재(김민재) — 광역수사대 소속 형사들.
한국 영화진흥위원회(KOFIC)에 따르면(출처: 영화진흥위원회 KOBIS) 범죄도시 시리즈는 2022년 2편 이후 매 편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 시장에서 독보적인 프랜차이즈로 자리 잡았습니다. 같은 캐릭터와 세계관이 반복되는 프랜차이즈 영화에서 관객 동원력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생각해 보면, 이 수치는 단순한 흥행을 넘어 시리즈에 대한 누적된 신뢰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사회 반응을 보면 재미 순위를 1편이 가장 위에 놓고 2, 3 순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4편은 1편과 2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반응은 4편이 시리즈 특유의 신선함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온라인 불법 도박 소탕이라는 소재, 얼마나 와닿았을까
이번 시리즈가 불법 온라인 도박 조직을 소탕하는 에피소드라는 점은 단순한 설정 교체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불법 온라인 도박 시장은 실제로 국내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입니다. 경찰청 사이버범죄 통계에 따르면(출처: 경찰청 공식 사이트) 국내 불법 도박 사이트 관련 검거 건수는 매년 증가 추세에 있으며, 조직 운영 방식도 점점 IT 기술과 결합한 고도화된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영화가 이 현실을 배경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단순 오락을 넘어선 시의성이 있습니다.
아날로그 형사가 디지털 범죄를 추적한다는 구도 자체가 장르의 묘미인데, 사이버 수사(Cyber Investigation)라는 요소를 어떻게 마석도 특유의 물리적 해결 방식과 연결하느냐가 이 영화의 핵심 서사 장치입니다. 사이버 수사란 인터넷, 디지털 기기, 온라인 플랫폼을 매개로 발생한 범죄를 추적하고 검거하는 수사 기법을 말합니다. 영화는 이 기술적 과정을 지루하게 설명하는 대신, 결국엔 마석도가 몸으로 문제를 해결하러 나가는 방식으로 장르의 쾌감을 유지합니다. 제 경험상 이 균형 감각이야말로 범죄도시 시리즈가 여전히 먹히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미장센(Mise-en-scène)이라는 표현을 영화 비평에서 자주 쓰는데, 미장센이란 프레임 안에 배치되는 모든 시각적 요소, 즉 배우의 위치, 조명, 배경, 소품의 구성을 통칭하는 연출 개념입니다. 허명행 감독이 필리핀 로케이션 장면과 서울 IT 빌딩 내부 장면을 대비하는 방식에서 이 미장센 감각이 특히 돋보였고, 솔직히 이 부분은 예상보다 훨씬 섬세했습니다.
범죄도시4는 시리즈가 쌓아온 공식 위에서 빌런의 신체 능력과 디지털 범죄라는 두 가지 변수를 동시에 올린 편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 조합이 마음에 드신다면 충분히 극장에서 볼 가치가 있습니다. 아직 못 보셨다면 1, 2편을 먼저 훑어보고 보시는 걸 권합니다. 시리즈의 누적된 캐릭터 감정이 쌓여 있을수록 장이수의 재등장 같은 장면에서 훨씬 더 크게 감명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