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이 꽉 막힌 것 같은 주말, 뭐라도 시원하게 터뜨리고 싶어서 친구들과 극장을 찾았습니다. 그날 고른 영화가 바로 황정민과 강동원이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2016년 범죄 코미디 영화 검사외전이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캐스팅 하나만으로도 이미 반은 성공한 영화였습니다.
황정민과 강동원, 이 조합이 왜 신의 한 수인가
버디 무비(Buddy Movie)란 성격이나 배경이 전혀 다른 두 인물이 어쩔 수 없이 손을 잡고 사건을 헤쳐 나가는 장르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한 팀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검사외전은 이 공식을 아주 교과서적으로, 그러면서도 영리하게 써먹습니다.
다혈질 검사 변재욱으로 분한 황정민은 취조실에서 피의자가 변사체로 발견되는 사건에 연루되어 15년 형을 선고받습니다. 수감된 지 5년이 지난 뒤, 전과 9범의 사기꾼 한치원 역의 강동원이 같은 교도소로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맞물리기 시작합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두 사람이 처음 교도소에서 눈을 마주치는 장면부터 이미 극장 안의 공기가 달라졌습니다. 웃음이 터질 것 같은 긴장감이라고 해야 할까요.
스타 파워(Star Power)란 배우 한 명의 존재감만으로 작품의 흥행과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힘을 뜻합니다. 황정민은 이미 수많은 흥행작을 통해 그 힘이 검증된 배우입니다. 그런데 검사외전에서 제가 더 놀란 건 강동원이었습니다. 저는 오래전 그녀를 믿지 마세요라는 영화를 보면서 강동원이 얼굴만 보는 배우가 아니라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결말을 이미 알면서도 한 번 더 돌려봤을 만큼 그 연기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런 강동원이 능청스러운 사기꾼 캐릭터를 만났으니, 이 영화에서 웃음의 8할은 그가 책임진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특히 선거 운동 현장에서 붐바스틱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올 때, 상영관 전체가 동시에 폭발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저도, 옆에 앉은 친구들도, 처음 보는 옆자리 관객도 전부 같은 타이밍에 배를 잡았습니다.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집단적인 웃음의 감각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버디무비의 문법, 그리고 이 영화가 선택한 방식
검사외전을 장르적으로 정확하게 분류하면 범죄 오락극(Crime Comedy)에 해당합니다. 범죄 오락극이란 사건 해결이라는 범죄 영화의 뼈대 위에 코미디적 요소를 얹어 대중적 재미를 극대화한 형식을 말합니다. 이 장르는 서사의 사회적 무게감보다 관객의 오락적 카타르시스(Catharsis), 즉 영화를 보면서 쌓인 감정이 시원하게 해소되는 경험에 집중합니다.
이일형 감독은 교도소 안과 밖이라는 공간 이원화를 꽤 잘 활용했습니다. 변재욱이 수감된 상태에서도 한치원을 통해 바깥세상에 개입하는 구조는, 두 사람의 관계에 자연스러운 긴장과 유머를 동시에 만들어 냅니다. 속도감 있는 편집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었고, 영화 보는 내내 시계를 한 번도 보지 않았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꽤 드문 일입니다.
다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사건 해결의 개연성(蓋然性), 즉 이야기의 흐름이 현실적으로 납득되는 정도가 눈에 띄게 느슨해집니다. 법정 장면에서 리얼리티가 다소 희생되는 부분도 있었고, 박성웅이 연기한 양민우 캐릭터는 극에서 꼭 필요한 존재였는지 보고 나서도 의문이 남았습니다. 박성웅이라는 배우 자체는 정말 좋아하는데, 이 영화에서 그 캐릭터의 설득력은 아쉬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외전이 관람객 평점 8.64점을 기록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출처: 네이버 영화). 서사의 구멍을 배우들의 매력으로 메꾸는 것도 분명한 실력입니다. 검사외전이 해낸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버디 무비의 핵심 공식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극단적으로 다른 두 캐릭터를 좁은 공간(교도소)에 가두어 충돌을 만든다.
- 공통의 적을 설정해 억지스럽지 않게 두 사람이 손을 잡을 이유를 만든다.
- 각자의 전문성(검사의 법적 노하우 + 사기꾼의 말솜씨)을 교환하며 시너지를 만든다.
- 웃음과 통쾌함을 동시에 제공하는 장면을 후반부에 집중 배치한다.
이 구조는 할리우드의 고전 버디 무비에서도 반복적으로 검증된 방식입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KOFIC)). 검사외전은 그 공식을 한국적 정서에 맞게 잘 번역한 작품입니다.
극장 밖을 나오면서도 웃음이 남았던 이유
영화를 다 보고 나온 뒤, 친구들과 밥을 먹으러 가면서 강동원의 붐바스틱 춤을 서로 흉내 냈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그 장면이 화제로 올랐고, 식사 내내 그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게 뭔가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 자체가 이 영화의 성공이었습니다. 극장을 나온 뒤에도 대화가 이어지는 영화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캐릭터 플레이(Character Play)란 배우가 캐릭터의 개성을 극도로 살려 장면 하나하나를 독립적인 볼거리로 만드는 연기 방식을 말합니다. 강동원의 한치원은 그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능청스러움, 잘생긴 외모, 말발, 허세가 한 데 뭉친 이 캐릭터는 밉지가 않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런 캐릭터는 보는 내내 뭘 해도 용서가 됩니다.
그때 느낀 건, 좋은 오락 영화가 주는 가치는 복잡한 서사나 깊은 철학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머릿속을 비우고 싶은 날, 그냥 웃고 싶은 날, 검사외전은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낸 영화였습니다.
너무 분석적으로 보면 빈틈이 안 보일 수 없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그 빈틈을 황정민과 강동원이 메꿔버립니다. 범죄 코미디 장르를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혹은 그냥 유쾌하게 두 시간을 보내고 싶은 분이라면 검사외전은 충분히 볼 만한 선택입니다. 영화관을 나온 뒤 친구와 춤 흉내를 낼 자신이 있다면, 이미 이 영화를 즐길 준비가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