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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공감 추억, 비교검증, 넷플릭스 추천)


오래된 친구 이름을 부르다 잠에서 깨본 적 있으십니까. 저는 얼마 전 그런 꿈을 꿨습니다. 반 친구들과 여행을 가서 한바탕 웃고 떠들다가, 가장 보고 싶었던 두 친구 얼굴은 끝내 못 보고 눈을 떴습니다. 그 허전함이 가시기도 전에 떠오른 영화가 바로 강형철 감독의 <써니>였습니다. 단순한 추억 팔기 영화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직접 보고 나니 그 판단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공감 상황: 꿈에서 깨어나 찾게 된 영화

일반적으로 추억 소환 영화는 감정 과잉에 빠지기 쉽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신파(新派)"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눈물을 억지로 쥐어짜는 방식의 연출을 뜻합니다. 저도 처음 <써니>를 보기 전에 그런 편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 영화는 그 기준에서 꽤 벗어나 있었습니다.

극장에서 처음 봤을 때, 스크린 위로 흘러나오는 보니 엠(Boney M)의 'Sunny'에 맞춰 일곱 명의 소녀들이 환하게 웃으며 춤추는 장면을 보는데 저도 모르게 발끝으로 박자를 맞추고 있었습니다. 억지로 울리는 게 아니라, 기억 속 어딘가를 툭 건드려서 감정이 자연스럽게 올라오는 방식이었습니다. 이건 제가 직접 보고서야 알 수 있었던 차이입니다.

꿈에서 깨어난 그날 아침, 저는 오래된 단체 대화방을 열었습니다. "다들 잘 지내니? 보고 싶다"라는 문자 한 줄을 보내게 만드는 영화가 얼마나 될까요. <써니>는 그걸 해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상영관 불이 켜졌을 때 눈가를 훔치며 제일 먼저 한 일이 바로 그것이었으니까요.

비교검증: 출연진과 캐릭터, 소문만큼 대단한가

앙상블 캐스트(ensemble cast)란 특정 주인공 한 명이 아니라 여러 인물이 동등한 비중으로 극을 이끄는 방식을 뜻합니다. <써니>는 이 구조를 7명의 '써니' 멤버들로 구현해냈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인물을 개성 있게 살리면서도 산만하지 않게 이어가기가 쉽지 않거든요.

각 인물의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비교해보면,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진희 역의 박진주와 홍진희였습니다. 국문학 교수 집안 딸로 찰진 욕을 구사하는 진희 캐릭터는 코미디의 중심축인데, 두 배우의 싱크로율이 놀라울 정도로 맞아떨어졌습니다. 일반적으로 아역과 성인 배우 사이에 어색함이 생긴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오히려 그 연결이 감정선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복희 역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용실 딸로 미스코리아를 꿈꾸던 소녀가 알코올 의존증(alcohol dependence) 상태로 등장하는 장면, 즉 특정 물질에 대한 심리적·신체적 의존 상태가 심화된 성인의 모습을 보는 건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는 다들 똑같이 웃고 떠들었는데, 사는 게 이렇게나 달라질 수 있구나 하는 현실감이 가장 세게 와닿았던 인물이었습니다. 제가 꿈에서 보고 싶었던 친구들도 지금쯤 어떻게 살고 있을지 문득 겹쳐 보였습니다.

<써니>의 총관객 수는 일반판 기준 7,363,010명으로, 2011년 한국 영화 흥행 상위권을 기록했습니다. 국내외 평점을 종합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네이버 영화 평점: 9.12점 (여성 관람객 9.42 / 남성 관람객 8.79)
  2. IMDb 평점: 7.9/10
  3. 왓챠피디아(WATCHA PEDIA) 별점: 4.0/5.0
  4. 다음(Daum) 영화 평점: 9.0/10
  5. 야후(YAHOO) 별점: 4.2/5.0

여성 관람객 평점이 더 높은 건 당연한 결과지만, 남성 관람객 평점 8.79도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닙니다. 저는 이 수치가 이 영화의 공감 범위가 예상보다 훨씬 넓다는 증거라고 봅니다.

감독 연출력: 교차 편집과 음악 설계의 완성도

강형철 감독의 가장 큰 강점은 교차 편집(cross-cutting)에 있습니다. 교차 편집이란 두 개 이상의 시간·공간을 번갈아 보여주며 긴장감이나 감정의 연결을 만들어내는 편집 기법을 뜻합니다. <써니>는 1986년 학창 시절과 현재를 이 기법으로 매끄럽게 연결하는데, 장면과 장면 사이의 전환이 매우 감각적이라 처음 봤을 때 편집만으로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음악 설계도 단순한 배경음악 삽입이 아닙니다. 영화 속 7080 팝송들은 내러티브 기능(narrative function), 즉 이야기 자체를 진행시키고 인물의 감정 상태를 설명하는 서사적 도구로 쓰입니다. 보니 엠의 'Sunny'가 단순히 분위기를 띄우는 게 아니라, 그 시절 소녀들의 찬란함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고정되는 방식이 바로 그 예입니다. 음악만 들어도 장면이 바로 떠오르는 영화가 얼마나 됩니까. 제 경험상 그런 영화는 손에 꼽힙니다.

한국영상자료원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출처: 한국영상자료원), 2010년대 초반 한국 상업 영화에서 복고풍 향수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급증했는데, 그중 <써니>는 단순 복고 소비에 그치지 않고 여성 인물들의 현실을 함께 조명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이 지점이 영화의 핵심 성취라고 생각합니다. 과거를 미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머니와 아내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여성의 자아를 따뜻하면서도 솔직하게 담아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다만 후반부의 일부 장면에서는 신파적 요소가 과도하게 개입된다는 느낌을 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춘화의 유언과 재산 분배 장면은 뭉클하긴 하지만, 현실적 개연성보다는 감정적 만족을 우선한 선택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쉬움이 영화 전체의 완성도를 크게 해치지는 않는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넷플릭스 추천: 지금 이 영화를 다시 봐야 하는 이유

영화 <써니>는 2011년 5월 4일 개봉했고, 현재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streaming)으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스트리밍이란 파일을 직접 내려받지 않고 인터넷 연결만으로 영상을 실시간 재생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언제든 마음이 동할 때 바로 틀 수 있다는 점이 이 영화와 잘 어울립니다. 학창 시절 친구가 갑자기 생각나는 날, 그 충동을 그냥 흘려보내기 아까울 때 딱 맞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처음 보는 분들께 감상 포인트를 정리하면, 스토리 26%, 연기 24% 순으로 관객 호응이 높았다는 수치가 이미 어느 정도 방향을 알려줍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하고 싶습니다. 바로 '캐릭터 간 대비(contrast)'입니다. 똑같이 교복을 입고 앉아 있던 일곱 명이 각자의 삶에서 전혀 다른 위치에 서 있는 모습을 보는 것, 그 장면들이 추억보다 더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계에 따르면(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써니>는 48회 백상예술대상 여자 인기상, 48회 대종상 영화제 감독상·편집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습니다. 여러 상을 받은 영화라고 해서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이 경우에는 수상 이유가 납득됩니다. 상업 영화로서의 재미와 여성 앙상블 드라마로서의 밀도가 모두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운 친구가 있는 날, 저는 이 영화를 꺼내듭니다. 직접 전화를 걸 용기가 나지 않는 날에도 <써니>를 보고 나면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정리됩니다. 아직 보지 않으신 분이라면 넷플릭스에서 바로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124분이 아깝지 않을 것이라고, 제 경험을 걸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찬란했던 그 시절의 여러분을 위해서요.